5. 오쿠시부야
奥渋谷 (토미가야, 카미야마쵸, 우다가와쵸 부근)
"제일 핫한 카페 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오쿠시부야'이다. 시부야 역에서 도큐백화점 본점을 빠져나온 지역으로 요요기 공원가 가깝다. ... 번화한 시부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전통적인 상점 거리나 고즈넉한 주택가 그리고 녹음이 우거진 공원으로 둘러싸여 안정감이 느껴진다. 정성들인 커피를 선보이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는 오쿠시부야...." [도쿄카페놀이 / 시공사]
라는 글을 보고 차분하고 편안한 오전시간을 위해 오쿠시부야를 향했다. 과연 조용하고 사람도 많지 않지만 감각적인 샵들은 많은 거리였다. 약간 더운 가을의 날씨여서 거닐기에도 좋았다.
잡다한 책들과 잡화를 파는 독립서점들이 왕왕 있었다.
5-1 Coffee Supreme Tokyo
42-3 Kamiyamacho, Shibuya, Tokyo 150-0047, Japan
저 얇은 틈새에 건물을 (그것도 4층짜리) 잘도 지었다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잡지에서 서울의 음식-포장마차-를 다루고 있엇다.
원래는 CAMELBACK이라는 카페가 유명하다길래 찾아갔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바로 옆 틈새건물에 있는 이 카페를 갔다. 길과 길 사이에 아주 작은 틈새에 건물을 그냥 짓기도 힘들 것 같은데 4층이나 지어놨다. 1층은 카페, 2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3층은 뉴질랜드 레스토랑 4층은 루프탑이다.
커피맛이 특별한 건 아니지만 오쿠시부야의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라 잠깐 머물러 보았다.
6. Okonomiman 오코노미맨
〒150-0047 Tōkyō-to, Shibuya-ku, Kamiyamachō, 17−1 1F
오쿠시부야 길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를 파는 '오코노미맨' 이라는 가게다. 그냥 걷다가 있어서 들어간 곳인데 찾아보니 구글 평점 4.3으로 꽤 맛집인 듯 하다. 여기서 마제소바식 면요리와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무뚝뚝하고 성격 있어 보이는 주방장 아저씨와, 서글서글하고 순해보이는 젊은 남자 종업원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저 둘을 부자지간으로 추측했다.
리마인드하자면 이 여행은 브랜드 탐방이라는 컨셉으로 시작된 여행이다. 우리는 여행 중간중간 계속 브랜드 라는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이 가게에 다다를 때 쯤의 화두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서 스토리 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게에서 파악되는 요소들 - 히로시마, 오코노미야끼, 주방장 아버지, 종업원 아들, 오쿠시부야 - 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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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히로시마 맘
일본의 버블경제 시절, 히로시마에는 세 가족이 살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가정에 신경을 많이 못쓰지만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전형적인 가부장 아버지, 그런 남편을 내조하며 집안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다정한 어머니, 그리고 그 부부의 하나뿐인 어린 아들. 어머니는 몸은 허약했지만 요리실력 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남편과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그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돈이 넘쳐나던 그 시절, 아버지의 외벌이 만으로 세 가족은 히로시마라는 큰 도시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도 잠시, 일본 경제의 버블은 결국 붕괴해버렸고, 그 여파로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던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엔 금이 가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어떻게든 아내와 아들을 먹여살려 보려고 노력했지만 가세는 기울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내의 병환은 점점 깊어지기만 했고, 경제적으로 빈궁했던 아버지가 결국 손쓸 새도 없이 아내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비탄에 빠져 절망감과 우울함 속에서 가정은 활력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부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레시피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를 만들어 먹었다. 오코노미야끼는 언제나처럼 맛있었고, 부자는 과거의 행복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어머니의 기억과 함께 재기하기로 결심한다. 그 길로 부자는 히로시마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 최대의 도시, 도쿄로 상경해 오쿠시부야 한켠에 작은 오코노미야끼집 '오코노미맨'을 열었다. 가게 안쪽의 단칸방에서 둘은 같이 생활하며 열심히 일했다. 어머니의 레시피는 이 곳 도쿄에서도 통했다.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성장했다. 몇 년 만에 부자는 월세방을 얻어 단칸방을 탈출했으며, 부자가 생활했던 단칸방은 지금은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로 가게 안쪽에 작은 칸막이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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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47
Japan, 〒150-8510 Tōkyō-to, Shibuya-ku, Shibuya, 2 Chome−21, 渋谷2丁目21−1 渋谷ヒカリエ8F
각 현의 특산물을 전시하고, 주문할 수 있는 d47 museum
일본 각 현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는 d 디자인 트래블 잡지이고 전부 일본어라서 읽어보지 못했다
D&Department 프로젝트는 일본 47현에서 각 현의 특색이 담긴 오래가는 디자인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프로젝트로, '나카오카 겐메이' 라는 디자이너가 시작했다.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보다 생명력이 긴 디자인이 바람직한 디자인이다' 라는 모토로 시작했다는데 거기에다가 일본에서 각 지방의 특징을 발견해 '로컬의 다양성' 이 얼만큼 가능한지 보여주려고도 한 것 같다.
각 현에 한 개씩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시부야 히카리에 백화점에 D47 뮤지엄,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 식당을 모아놨다고 해서 그 곳으로 방문했다. 뮤지엄은 일본 47개 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수공예품을 전시해놓는 공간인데, 단순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주문해서 구입할 수 있는 프로세스까지 갖추고 있다. 트레블 스토어는 여행 컨셉으로 위의 디자인 트레블 잡지와 각 현에서 가져온 특산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뮤지엄도 트래블 스토어도 흥미로운 공간임에는 틀림 없지만 일본 로컬의 다양성을 보여주는게 목적인 만큼, 외국인으로서는 그 공간에서 주는 바이브를 공감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데다가 일본어가 안되면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JLPT N2정도로는 힘들다.)
8.Knot 노트(놋또)
〒150-0001 Tōkyō-to, Shibuya-ku, Jingūmae, 4 Chome−21−7 1F エスパス表参道
Knot는 2014년에 온라인 판매로 시작한 맞춤제작 시계 브랜드로, 오픈 첫해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지금은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뭔가 소소한 장인이 수수하게 시작한 것만 같은 브랜드지만 알아보니 엄청 치밀하고 은근히 트렌디한 기획이 밑바탕이 되어 시작한 사업이라고 한다.
수입 시계 대리점은 운영하는 엔도씨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손목시계가 '도구'가 아닌 '패션'이 될거라 생각했고, 평범한 세일즈맨들이 패션으로써 구입할 수 있는 MADE IN JAPAN이면서 만족스런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시계 브랜드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런 기획을 가지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500만엔을 투자받아 시작한 사업인 것이다.
도쿄 도심에서 좀 떨어져 있는 키치죠지에만 매장이 있는 줄 알고 걱정했으나 다행히 도심 한복판에도 공식 매장 있었다. 그래서 오모테산도힐즈 뒷편 골목에 있는 갤러리샵을 방문했다.
매장에 가면 커다란 테이블에 수십수백가지 무브먼트와 손목 벨트들이 깔려 있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맘대로 집어서 조합해볼 수 있다. 이렇게 나만의 시계를 만드는 과정과 더불어 흥미로웠던 것은 이 곳에서도 D&Department와 비슷하게, 다양한 손목 벨트를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 각 지역에서 잘 만드는 재료들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점을 전시해놨다는 것이다. 도치기현은 가죽으로 유명한가보다. 가죽 소재는 도치기 레더로 만든다. 또 어떤 다른 지역에서는 자수 공예가 유명하고, 또 어떤 다른 지역에서는 금속 공예가 유명한가보다. 라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어필이었다.
나는 사실 도쿄행이 결정됐을 때부터 놋또 시계를 꼭 사려고 했고, 그래서 이 곳에서 거의 한시간 반 동안 마음에 드는 조합을 고민해서(이렇게 까지 고민하면 양심상 마음에 들어야만 한다) 손목 시계 한 세트 질렀다. 면세 된다. 한국인 직원도 있다.
9. Sobie 소비에
밤에는 역시나 술을 한 잔 하러 아카사카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과 오는 길엔 비가 왔다.
처음엔 LP bar를 들러서 칵테일을 한 잔 했지만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 어떤 이유로 불만족하고 나와서, 일본 왔으니까 좀 일본스러운 이자카야를 한 번 경험해보고자 찾아간 곳이 이 곳이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그런 니즈에 딱 맞는 곳처럼 생겼다.
2층에 자리한 이 이자카야는 우리가 원하는 그런 공간처럼 생겼지만, 담배냄새가 났고, 메뉴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메뉴판을 열심히 보고 뭔가 주문 했더니 점원은 왜 자기가 추천한 건 안시키냐는 늬앙스로 억울하게 무언가 얘기를 했다. 뭘 추천했는지도 못알아들었었고 이 때 한 얘기도 못알아들었다.
아무튼 무언가 시키고, 사케도 어떻게든 시켜서 먹긴 했는데 (사케는 물론 싸고 맛있었다),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이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을 100% 즐기지 못하고 나온 느낌으로 나왔다. 뻔한 관광코스에서 벗어나 현지 느낌을 느끼려면 일본어를 잘 해야 된다.
그래서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하이볼 캔과 일본 컵라면, 유부초밥을 사와서 부족한 현지 느낌을 충전하고 잤다. 한국에서도 하이볼을 캔맥처럼 즐길 수 있을 날이 오리라 믿으며.